덴마크 사람들 처럼 – 말레네 뤼달

p26
간단한 예로 주위 사람이 모두 속임수를 쓴다면 의심이 들면 흔쾌히 세금을 내겠는가? 아마 좋은 시민이라기보다 호구가 된 기분이 들어 힘들 것이다. 반대로 다른 사람들 역시 규칙을 지키고 있다는 믿음이 생긴다면 규칙을 지키기는 훨씬 쉽다. 이와 같이 복지 국가가 유지되려면 반드시 개인들 사이에 신뢰가 있어야 한다.

p27
국제연합의 <세계 행복 보고서>는 “사람들은 서로 신뢰할수록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단호하게 주장한다. 프랑스 학자 카위크 교수와 알강 교수 역시 서로 불신하는 사회는 행복을 느끼기 힘들다는 것을 확인했다. 비외른스코우 교수 역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국가 신뢰 수준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행복 수준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 원룸에 혼자 사는 삶이 덜 행복한 이유는 주변에 신뢰할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 않을까.

p28
신뢰란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아주 사소한 힘이다. 즉, 신뢰는 마음에 평화를 준다.

p33
인쇄업자와 뇌물

예전에 파리에 머물 때 취직한 첫 직장에서 업무 관계로 만난 한 인쇄업자가 지나치게 친절을 베푼다는 느낌이 들어 아버지께 전화를 한 적이 있다.
“인쇄업자가 우리 회사 팸플릿을 좋은 조건으로 인쇄해 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심지어 가격도 다른 인쇄소보다 더 좋고요. 그뿐 아니라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를 싼 가격에 임대해 주겠다고도 했어요. 제가 살고 싶어 하던 바로 그 멋진 아파트를 말이에요. 정말 근사한 제안이죠?”
아버지가 대답했다.
“정말 그렇구나. 그런데 만약 그 사람이 언젠가 인쇄 비용을 올리면 너는 어떻게 할 거니? 네가 그가 소유한 아파트에 살고 있고, 시세보다 싼 집세를 내고 있다면 말이다. 그때는 매우 곤란하지 않겠니?”
나는 아버지의 말씀이 옳다고 판단해 이 인쇄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른 인쇄업자를 선택했다. 나는 처음에 만난 인쇄업자가 다른 인쇄업자와 같은 품질에 같은 가격 조건을 제안했기 때문에 계약을 맡겨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더구나 나를 도와주겠다고 하니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시작한다. 내가 인쇄업자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공적인 관계에서 자율성과 공정성을 잃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나의 이익을 위해서 회사가 이 불공정한 노예 계약을 계속 유지하도록 애써야 했을지도 모르다.
… 부패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개인의 부를 목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내가 겪은 인쇄업자 이야기는 이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p40
배움에서 자율성과 주도성이라는 덕목은 인지 과학이나 교육학 분야에서 고전으로 통한다. … 인간의 뇌는 지식을 ‘위에서 아래로’ 수동적으로 전달받을 때보다 직접 경험하고 참여하고 의견을 낼 때 훨씬 잘 습득한다. …. OECD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역시 21세기의 경쟁력으로 융통성, 상호작용 능력, 비판 정신, 창의성, 주도성을 꼽았다. 이것 또한 오늘날 기업인이 가장 원하는 자질이며 사회에서 가장 유용한 덕목이다.

p41
덴마크는 개성의 발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덕분에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두 가지 교육법이 있다. 바로 ‘에프터스콜레Efterskole’와 ‘호이스콜레Hojskole’다.
먼저 에프터스콜레는 일종의 인생 설계 학교다. 열네 살에서 열여덟살 사이의 덴마크 청소년들은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에프터스콜레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는다. 여기서 1년이란 학교에서 배우는 전형적인 교과목이 아닌 다른 분야의 재능을 개발하면서 보내는 성숙의 해다. 에프터스콜레의 목표는 학교 교과목에서 우수한 능력을 보이지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자유로운 분위기와 공동체 의식, 창의성, 신체 활동, 기술 습득 및 단체 활동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p44
덴마크 교육의 또 다른 특별한 교육제도는 호이스콜레다. 학생들이 배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주요 목표인 학교를 상상해 보라. 학생들이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수업을 받을 수 있는 학교 말이다. 이러한 학교가 덴마크에는 있다. 19세기에 루터교의 주교이자 언어학자이며 역사학자, 교육학자로서 오늘날 평생 교육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룬트비가 이런 학교를 설립했다.
그룬트비는 평등, 분배, 타인 존중, 공동 프로젝트 참여와 같은 기본 가치를 존중하며 배우는 즐거움을 바탕으로 교육제도를 만들었다. 그룬트비는 모두가 이용하는 학교, 즉 평생 학교를 만들어 각자 창의성을 표현하고 공동체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게 했다. 경쟁도 학위도 없는 자유로운 학교다. 그룬트비는 첫 번째 호이스콜레를 1844년 뢰딩에 세웠다. 오늘날 덴마크 전역에 69개 호이스콜레가 있다.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스물네 살로, 개인적으로 풍부한 경험을 열망하는 사람은 누구나 등록할 수 있다. 입학 요건은 열일곱 살 이상으로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는 언어, 즉 덴마크어나 영어를 할 줄 알면 된다. 수강 기간은 일주일에서 열 달 사이로 다양하다. 학교 재정은 장학금과 기부금으로 일부를 충당한다. 문화부 장관은 2012년 거의 만 명에 달하는 덴마크 사람들이 장기 강좌를 수강했으며, 4만 5,000명이 단기 강좌를 수강했다고 설명했다. 덴마크 사람들 열 명 중 한 명이 한 번은 호이스콜레에 등록한 셈이다.

* http://www.danishfolkhighschools.com/
* 대부분 4달 정도/ 주당 비용은 20만원 정도(점심 포함)

p45
교육의 목적은 모든 학생이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는 것

p46
OECD 국가 학생들 중 3분의 1 이상이 공부에 아무런 재미도 느끼지 못하며, 거의 4분의 3에 가까운 학생들이 중학교가 지루하다고 말한 사실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분명히 덴마크의 교육제도는 엘리트를 양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덴마크 교육 제도에서 중요한 것은 최고를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세계 각국에서 엘리트는 극소수다. 공식 숫자를 집계한 적은 없지만 대략 전체 인구 중 1퍼센트 내지 5퍼센트 정도로 추정한다. 논리의 문제든 가치관의 문제든 간에 덴마크 사람들은 나머지 95퍼센트에서 99퍼센트에 더 관심이 있다.
덴마크 교육제도의 목표는 많은 학생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하는 것이다. 덴마크 교육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식을 축적해서 뛰어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능력과 개성에 따라 스스로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이다. 즉, 학생 각자가 사회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것이다.
– 내가 더 뛰어나서, 남달라서가 아니라 그냥 존재 자체로 사회에서 자리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가.

p49
덴마크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직업교육을 시키거나 상급 학교를 선택하도록 신경을 쓴다. 덴마크의 진로 교육은 매우 개별적이며 시에서 관리하는 양질의 진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미래에 주어질 기회를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주로 단체 모임이나 서로 교류하며 학생 각자의 프로젝트를 점검해 준다.

p51
행복의 대가 탈 벤샤하르

탈 벤샤하르는 학생들이 학업을 할 때 느끼는 사기 저하 문제를 연구했다. 그는 학업에는 ‘잠수 방식’과 ‘연애 방식’ 두 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잠수 방식이란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이 학업을 향한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심지어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 느끼는 안도감을 행복으로 착각한다.
‘연애 방식’은 학업을 사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책을 읽고 조사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만족감, 심지어 즐거움을 주는 활동이 될 수 있다. …. 탈 벤샤하르는 부모는 자녀가 행복한 삶을 살도록 의미와 기쁨을 동시에 주는 길로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어린 학생의 욕구와 열정이 무엇이든 간에 중요한 것은 자녀가 선택한 길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충분히 함께 생각하는 과정을 거친 후에 부모와 교사는 학생이 가기로 결정한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용기를 줘야 한다.

p53
나 역시 진로를 선택할 때 자유로웠으며, 부모님은 그런 나를 항상 지지하셨다. 아홉 살 무렵 나는 외교관이 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부모님은 그때부터 천천히 이 직업에 대해 설명하셨다. 특히 런던이나 파리와 같은 도시에 부임하기 전에 수많은 오지 국가를 거쳐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것은 내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열한 살이 되었을 때 이번에는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호텔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나에게 우리 고장에서 가장 좋은 호텔 지배인을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셨다. 대신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을 정리하라고 하셨다. 나는 아버지와 함께 호텔 지배인을 만났고, 궁금했던 모든 것을 질문했다. 지배인은 호텔을 전형적인 직장이라기 보다 생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장은 주로 저녁과 주말에 일해야 해. 따라서 이 안에서 행복하려면 이 세계에 남다른 열정이 있어야 하지.”
나는 해외에서 호텔 학교를 다니면 어떨까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일이라 포기하고 나에게 적합한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자신의 소명을 찾는 일은 늘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소명을 찾기 위해서 의욕적으로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p60
일을 해서 자유를 얻는다.

아이들이 일하는 것은 부모의 경제력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독립성을 확보하고 싶은 아이들의 의지 때문이다.

p64
덴마크 젊은이들은 장학금 제도 덕분에 좀 더 쉽게 독립할 수 있다. 앞장에서 말했듯이, 덴마크는 고등교육(대학 교육)이 무상일 뿐만 아니라 상환 조건 없이 매달 760유로를 장학금으로 지급한다. 따라서 누구나 배울 수 있다. 이 제도 덕분에 학생들은 부모의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원하는 학업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녔다. 세계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 넉넉한 집안의 부모가 자녀에게 직업 선택을 강요하는 경향이 더 심하다는 사실이었다. 돈을 주는 쪽이 부모이다 보니 부모는 사회적 지위와 소득 수준을 유지하려고 종종 자녀에게 부모의 마음에 드는 일을 선택하라고 압력을 행사한다. 뿐만 아니라 딸에게 부모의 사회적 지위에 맞추어 배우자를 선택하라고 강요하기도 한다.

p79
그런데 ‘사회 유동성’이란 반드시 아래에서 위로 신분이 이동하거나 빈곤한 수준에서 부유한 수준으로 올라가는 것만 뜻하는 것은 아니다. 덴마크 정신에 입각한 사회 유동성은 무엇보다 자유롭게 살 간으성, 우리 앞 세대와 다르게 살아갈 기회를 누릴 가능성을 말한다.

p90
단지 분명하게 결론지을 수 있는 것은 만족감의 주된 원인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높지 않은 기대감, ‘낮은 기대’라는 것이다.

p120
최근 OECD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는 일과 사생활의 균형을 가장 잘 유지한 성공한 나라라고 한다. 덴마크 사람들은 하루 평균 31퍼센트를 직장에서 보낸다. OECD 국가의 평균 노동시간이 9시간인데 덴마크는 8시간이 조금 안 되는 시간을 직장에서 보낸다. …. 덴마크는 이러한 균형을 더 잘 맞추기 위해서 사회제도나 직업 제도를 조정하고 있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처럼 덴마크 사람들도 해마다 5주간 휴가를 즐긴다. 하지만 만일 아이가 아프면 5주간 휴가와 별도로 추가 유급 휴가를 쓸 수 있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를 간병할 수 있다.

p122
일하는 시간과 자신을 위한 시간의 균형은 사실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이기도 하다.

p125
덴마크 사람들은 이렇게 얻은 자유 시간에 무엇을 할까?
덴마크에서 가장 혼잡한 시간대는 오후 4시에서 5시 사이다. 퇴근한 사람들이 거리로 우르르 나와서 아이를 데리러 가거나 단순한 여가 활동을 즐기러 간다. 덴마크 가정은 가족과 여가를 즐기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따라서 오후 6시 정도면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저녁 식사를 한다. 아이들이 먼저 식사를 하고 부모가 나중에 식사를 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따로 식사하는 다른 문화권과는 대조적이다.

p133
나라마다 전통과 축제가 있다. 따라서 덴마크가 독특한 것은 안다. 하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다. 유럽인 중 60퍼센트가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가족이나 친구, 사회적 관계에 놓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런데 덴마크는 이 비율이 78퍼센트다.
p140
내가 만난 덴마크 사람들은 정말 돈 때문에 행복을 포기한 것 같진 않았다. 그들은 이미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자신만의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일과 가정의 균형, 공동체 의식, 자아실현 등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p142
키르케고르는 19세기에 코펜하겐에서 살았다. 키르케고르의 철학은 매우 풍부하고 복잡하지만 한 가지 실마리를 따라간다. 어떻게 인간다울 것인가, 어떻게 나 자신을 찾을 것인가?
“개인의 의무는 자신의 소명을 찾아내는 것이다.”
“내 운명을 이해하고, 나 자신에게 진실하고, 나의 삶과 죽음을 걸 수 있는 소신을 찾아내야 한다.”

p148
행복을 해치는 가장 큰 위험요소는 결국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너스로 받는 은행원도 만일 누군가가 자신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면 자신의 소득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이처럼 시야를 왜곡하고 불만을 야기하는 것이 상대적 소득이다.

p154
얀테의 법칙.
내용을 요악하면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낫다고 믿거나 그들을 가르칠 수 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얀테의 법칙은 다음과 같다. 네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과 같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넌 남보다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네가 무엇이든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마라. 누가 너에게 신경 쓴다고 생각하지 마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고 들지 마라.)
이러한 철학은 사람들에게 기분 좋은 절제를 가르친다.

p172 남녀평등
덴마크 사회는 일반적으로 공동체 의식, 협동, 친절, 겸손처럼 여성과 연결된 가치관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매우 ‘여성적인’ 사회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덴마크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가족과 안전이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덴마크에서 말하는 성공은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가정과 일이 균형을 이룬 삶을 의미한다. 덴마크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사람을 높이 평가한다. 게다가 솔직한 대화는 관계를 발전시킨다. 파리에서 함께 일하며 가까워진 젊은 프랑스 여자가 종종 이렇게 물었다.
“그렇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어떻게 말할 건가요?”
이 질문은 늘 웃게 만든다. 왜냐하면 덴마크에서는 그런 일이 거북하거나 부적절한 행동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 모든 사람을 친밀하게 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지 대화 상대를 솔직하고 진실하게 대한다는 뜻이다.
약점으로 보이지 않을까 신경쓰지 않고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말할 수 있는 자유는 엄청난 강점이다.

p173
출산 휴가는 부부가 함께 쓸 수 있다. 덴마크는 2002년에 출산 휴가를 52주(364일)로 연장했다. 아버지는 분만 직후 2주 동안 휴가를 쓸 권리가 있으며, 어머니는 분만 전4주, 그리고 분만 후 14주 동안 휴가를 쓸 수 있다. 나머지 32주는 아버지나 어머니 두 사람이 서로 자유롭게 나누어 쓸 수 있다.

p175
네델란드나 오스트리아는 ‘여학생과 기술’이라 불리는 프로그램등을 이용해 전통적 관습에서 벗어난 과목이나 직업 쪽으로 진로를 지도한다. 아일랜드의 교육부 장관은 교육 시스템에서 성 평등을 개선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그리고 이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라 의무 사항이 되었다.

p188
덴마크의 남녀평등은 사회를 현실적으로 조화롭게 만든다. 여자들에게는 직장과 사생활 사이에서 마음껏 자아를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 남자들에게는 아무런 콤플렉스 없이 가정생활을 중요하게 여길 수 있는 자유를 주기 때문이다.

-성평등은 남녀 모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 남성도 데이트 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여성도 본인이 지불할 돈을 편안하게 지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왜 행복할까?’ 가 궁금했다. 행복지수가 그렇게 높은 데는 이유가 있을거라 생각했고 책에 그 이유들이 잘 나와 있다.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사회적으로 제공되는 많은 복지가 그 근간을 이룬다. 교육의 자유와 병원비 무상 등. 그런데 그런 것 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인식도 크다. 겸손을 중요시 하는 문화, 기본적인 생활이 된 후에는 돈을 최우선으로 추구하지 않는 것,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중시하는 것 등등.
어쩌면 나는 내 행복의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이 책을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과연 일이란 무엇인지. 내가 삶 속에서 일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 일과 생활의 밸런스는 어떻게 맞춰가야할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이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어느 스님의 말처럼, 내가 만나는 사람들과 친밀감을 느끼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노력하는 것 또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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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사람들 처럼 – 말레네 뤼달

‘불교 지금, 여기’, street zen 후기

지난 겨울, 올 봄에 들었던 두 수업의 후기를 남긴다. 내게도 한 획이 되기를 바라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로 남긴다. 내일부터 새로운 수업이 다시 시작된다. 새로워지겠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내게 일어나는 상황들이, 내게 일어나는 감정들이 벅차서 힘든 사람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그냥 불교가 궁금해서ㅡ여도 상관 없다. 절박하면 더 잘 들어오지 않을까? 정도의 생각이니까. 나는 이런 저런 일로 절박했었고 수업과 함께 시간이 지나오면서 많이 해결되었다.

concept보다 experience.

‘불교 지금, 여기’에 이어 ‘street zen’을 수강했다. 불교에 대해 총 16강을 들었다. 시간으로 따지면 30시간을 조금 넘게 들었고, 기간으로 따지면 4월 가량이다. 처음에 ‘불교 지금, 여기’를 듣게 된 건, 불교신자라고 하지만 사실 불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부끄러움과, 영어 공부를 하려는 두 가지 마음이었다. 두 강의가 끝난 지금, 난 두 가지 목적을 초과달성했음을 느낀다. 솔직히 누군가 “불교가 뭐야?” 라고 물었을 때 논리정연하게 설명해주기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불교적인 관점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고(이렇게 노력하는 사람을 수행자라고 한다), 덕분에 나는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졌다. 예전보다 화와 짜증이 줄었다. 사실 street zen을 반 정도 들었을 때 까지도 나는 불교의 컨셉(대체 이것이 무언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설명하고 싶었고, 그래서 저번에 쓴 후기도 읽기 자료를 중심으로 한 내용 정리였다. 하지만 강의가 끝나고 보니, 그것을 지식으로 알고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것 보다(대학때까지 받았던 대부분의 교육이 그러하듯, 목적은 이것이었다) 그것을 내 삶 속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의 고민과 너의 괴로움

수업 커리큘럼에 보면 매주 강의 주제가 정해져 있다. 일과 돈, 가족과 친구, 습관 에너지, 사랑, 갈등 등. John이 하는 강의는 강의 주제에 관한 것이지만, 내가 느끼기에 John이 하는 강의가 전체 시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3에서 1/2정도이다.(수강생들의 참여가 많아지면 훨씬 더 줄어들기도 한다.) 그 외의 시간에는 주제와 관련된 나의 고민(괴로움)을 이야기하고, 너의 괴로움(고민)을 듣는다. street zen에서 하는 공부는 어떤 내용을 문자적으로 이해하고 습득하는 것 보다 일상에서 겪는 많은 어려움의 해결책을 찾는 방법이다. 끼어들기 힘든 부모님의 싸움에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은퇴 후 집에서의 생활에 적응하는 방법(사회적으로 무기력해졌다는 기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이해하기 어렵고 그래서 화가 나는 일들(공원에서 꽃을 꺾는 사람, 지하철에서 다른 사람을 밀치는 사람), 직장 상사에 대한 불만, 그만둔 직장에 대한 감정 등등. 우리는 매일 매일 여러 상황과 감정을 맞딱드린다. 상황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도 있고, 감정에 대한 불만이 생길 때도 있다. 그 불만들은 고스란히 내 괴로움이 된다. 이 괴로움을 털어놓으면 다른 수강생들이 코멘트를 하기도 하고 John이 불교적인 관점으로 코멘트를 해주기도 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내 마음을 다시 돌아보고, 불교적인 관점으로 보는 과정이 수행의 과정이자 괴로움을 줄이는 과정이다.

Practice, Practice, Practice. Practice everyday.

John의 코멘트를 듣고 문제가 100% 해결되거나, 그 뒤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수업을 듣다가 아주 특별한 깨우침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몸에 무언가를 느낀다거나, 깨쳤다! 라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오는 등) 불교라고 하면 ‘깨우침’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기에 나 또한 그런 깨우침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어떻게 그 순간이 찾아오는지, 그 후엔 어떻게 되는지 등등. 수업을 들으면서 그런 드라마틱한 깨우침의 순간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는 변화했다. 매일 내게 찾아오는 모든 상황과 내 마음 속 감정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짜증나고 화나는 상황들이 내게 일부러 찾아오는 게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었다. 예를 들면 지극히 일상적인 이런 일들이다. 콩국수를 먹으려고 식당을 찾아다녔는데 3군데나 문을 닫아 결국 예상치 않았던 식당에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도 음식은 30분이 넘어 나올 때. 예전 같았으면 한 군데 문이 닫았으면 한 번 짜증을 냈을 거다. 그리고 아마 또 다른 곳을 찾았을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곳도 문이 닫아있다면 이번에는 화를 냈을 거다. “대체 나한테 왜 그래?!” 그러고는 화에 휩싸인채 대충 아무 식당이나 들어가서 먹으며 이번에는 별로인 음식에 대해 또 화를 냈을 것이다. 이게 유쾌하지 않은 상황에 대처하는 예전 나의 방법이었다. 지금의 나는 한 군데 식당이 문이 닫은 걸 확인하고 받아들였다. ‘쉬는 날이구나!’ 두 번째 식당이 문을 닫은 걸 확인하고도 받아들였다. ‘아, 오늘 일요일이구나.’ 예전같으면 ‘일요일인데 돈도 안 벌어? 주말은 대목 아니야?’ 하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씩씩댔을 것이다. 지금은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도 일요일에 쉴 수도 있지. 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세 번째 식당의 문이 닫힌 것을 보고도 ‘아, 역시 일요일이구나.’ 하고 다른 곳을 검색했다. 그냥 오늘은 콩국수가 먹고 싶었고, 그래서 콩국수를 파는 곳을 검색했고 다행히 (감사하게도) 이 곳은 열려 있었다. 그래서 난 콩국수를 시켰다. 음식이 나오기 까지 30분이 넘게 걸렸고, 아주 유쾌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화가 난 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안시켜서 만드는 데 오래 걸리나 보다. 정도로 넘어가게 되었다. 어찌되었건 내가 먹고 싶었던 콩국수를 먹게 되었다는 데 즐거워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사소한! 이라고 받아들일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일상은 이런 사소한 일들의 연속이고, 그 사소한 일들에 일일히 반응하면서 살아간다. 지하철은 내가 승강장에 내려가자 출발하고, 큰맘 먹고 택시를 타면 차가 밀린다. 일이 잘 풀릴 때는 큰 문제를 느끼지 않는다. 즐거움에 빠져 있으니까. 하지만 부정적인 상황들을 대할 때는 다르다. 마음은 화가 나고 몸은 경직되며 표정도 굳는다. 이런 에너지는 당연히 주변에도 전달된다. 그렇기에 이 세상에서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주변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행복한 내가 부끄러운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따스한 주체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매 순간 수행하고, 또 수행하려고 노력한다!

‘불교 지금, 여기’, street zen 후기

달의 주기와 월경 주기

나는 작년 가을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읽었다. 책에서 자연스러운 생리 주긴의 흐름은 그믐달에 월경을 하고, 보름달에 배란을 하는 것이라 했다. 내 생리 주기는 달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내가 아무리 달을 좋아해도 월경이 보름달 언저리였다. 그 시기 나는 끝냈음에도 끝나지 않은 감정의 고리들을 헤매고 있었다. 꽤 많은 시간 우울한 기분이었고, 몸은 항상 피곤했다. 나는 축축쳐지는 몸으로 외로워했고 또 괴로워했다. “이걸 해볼까?”하는 마음보다 “내 몸으로 이걸 해낼 수 있을까?”하는 의심들이 더 많았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싫었고, 펑크낼 약속을 잡기도 무서웠다. 꿈에서는 죄책감으로 인한 장면들이 계속 보였다. 꿈에서도 나는 뭔가 잘못했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머리로는 관계 회복을 하고 싶었지만, 마음은 나를 용서하지도 타인을 용서하지도 못했다.
내게 이번 여행은 도전이었다. 체력적으로 아직 예전처럼 완전해지기 전에 출발한 여행이었다. 10월부터 쉬었으나 2월에도 나는 하루 외부활동을 하면 하루는 집에서 누워 있어야 하는 체력이었다. 봄이 되자 몸을 움직이고 싶은데 몸은 움직여주지 않았다. 다니던 한의사에게 “대체 언제 괜찮아 지는 거예요?”라고 답답한 심정을 묻기도 했었다. 그 당시 나는 9 to 6를 하고 싶다고 했고, 가만히 있던 한의사는 10 to 2 정도의 일을 찾는 게 좋을 거라 조언했다. 그리고 배낭 여행이나 다녀오라고 덧붙였다. 5월에는 아주 잠깐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으나 몸과 마음을 억지로 데리고 다니는 느낌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날씨가 더워지자 몸에 기운들이 같이 살아났다. 몸을 좀 움직여도 예전보다 덜 피곤했다. 나는 8월 중순즈음 계획했던 여행을 7월 초로 앞당겼다. 불과 2주도 남겨놓지 않고 비행기표를 끊었다. 가기 전에 도서관에 가서 여러 책을 뒤적거렸다. 가서 봐야할 것들을 많이 기록해서 가고 싶었다. 하루 하루가 모자랐다. 준비해야할 것들을 다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침대에 누워도 잠이 들지 않았다. 결국 생각한 만큼 해내지 못한 몸은 울어댔고, 가기 이틀 전이 되어서야 책을 반납하며 이 사람들이 다녀온 곳들을 꼭 복습할 필요는 없다고 마음을 접었다. 마음이 불안해보였던지 친구는 여행을 조금 미루라고 했지만 나는 예정대로 비행기에 탔다. 나는, 그런 사람이니까. 그렇게 시작한 여행은 100일간이었다. 나는 조금 더 많이 보기 보단, 조금 덜 보고 싶었다. 일부러 무위(無爲)하듯 무시(無視)하고 싶었다. 많은 돈을 주고 거기까지 갔지만, 솔직히 난 그랬다. 더 많이 보기 보단 천천히 덜 보고 싶었다. 베를린에서 3주 동안 있었던 건 아마도 그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냥 있었던 시간이 많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변화무쌍한 날씨 변화를 보기도 했고, 드라마를 몰아보기도 했고, 벤치에 앉아서 천천히 샌드위치를 먹거나, 관광지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수영장에서 하루 종일 뒹굴거나.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것 만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 의외로 더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무언가 계속 해야만 할 것 같고, 분주하지 않은 것이 불안했다. 가만히 집에 있지 못하고 살 것도 없는데 괜히 마트에 가서 기운을 빼고 오는 날이 많았다. 그게 내가 살아온 습이구나 싶었다. 소비가 여가가 되는 생활을 해왔구나. 여행을 하다 여행 일정을 바꿨고, 걸으러 갔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싶었지만, 안되면 버스나 택시나 다 타야지. 생각하고 걸으러 갔다. 안되겠다 싶을 땐 버스, 택시, 기차를 탔다. 그 길에서 이동할 수 있는 모든 방법(도보를 포함한)으로 이동했다. 내가 생각한 것 보다 나는 튼튼했고, 잘 걸었다. 일어나서 아침먹고 걷다 아점먹고 걷다 씻고 점심먹고 빨래하고 저녁먹고 자는 일상을 반복했다. 매일매일 장소는 바뀌었으나 하는 일과는 거의 동일했다. 그렇게 1달을 걸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나를 보고 외할머니는 탄탄해졌다고 하셨다. 가기 전보다 돌아온 후가 훨씬 탄탄하다. 물렁물렁하던 종아리에는 단단한 알이 생겼다. 신기한 건 몸 뿐만이 아니라 마음도 탄탄해졌다는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지나간 시간으로 흘려보내고, 앞으로의 시간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크리스티안 노스럽처럼 나도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에너지원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속에서 부터 차오르는 충만감. 에너지가 충전되었다고 느낀다. 이제서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함께 의욕이 생긴다. 걷기 전만 해도 주기적으로 눈물이 나는 게 당연한 일인줄 알았는데 이제는 아니다. 요즘은 예전처럼 우울한 감정에 휩싸이는 일이 거의 없다. 나는 그게 내 본모습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여러 일들이 정리되었고, 거처도 옮기기로 하였다. 생(生)에 이렇게 마음이 편했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하다. 내가 가볍다. 어제 저녁 집 앞에서 보름달을 보았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 ‘폐경기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를 읽다가 생리 어플을 확인하고 나는 소리를 질렀다. 몸의 흐름이 자연의 흐름과 맞아진 것이다. 두 개의 흐름이 맞아져서 행복한 것인지, 행복해져서 흐름이 맞아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의 나는 행복하다.
달의 주기와 월경 주기